Book]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by 레슬리 베네츠-비즈니스 정글보다 더 위험한 스위트홈에 대하여
2011. 8. 16. 22:58ㆍReview
오늘날 많은 여서들이 법률대학원, 의과대학원, 경영대학원을 마친다. 하지만 그 과정을 마친 똑똑하고 재능 있는
상당수 여성들이 의사나 변호사나 경영전문인이 되기보다는 사커맘(축구장을 따라다니며 아이를 뒷바라지하는 중산층 주부)이 되는 데 관심을 보인다. 일과 가정의 갈등을 피하는 합리적인 방안으로 직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
'직장인'11년 그리고 '주부'역할 5개월차인 제가 최근에 '여성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원제: The Feminine Mistake)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알게 된건 아이러니한지 몰라도 책에서 사커맘이라고 지목하는(?) 부류의 엄마들 카페에서에요..
그런데 저는 이 책을 읽고있노라니 어느 대목에서는 직장인이었던 입장에서 동감하면서도 뭐 이런..
싶다가도 또 어떤 대목에서는 겨우 5개월 겪어봤지만 전업맘 입장에서 동감하면서도 뭐 이런..이래 저래 뭐 이런..
하는 대목들이 꽤 나옵니다.
일단 이 저자분은 뉴욕 타임즈에서 근무하셨던 여자 기자이셨데요.. 미국 대선과정을 취재한 첫 여성기자라나?
그리고 그 이후에는 잡지가 기고가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을 써오시고 계신 분이랍니다.
여자의 신분으로 뉴욕에서 신문사 기자를 지내셨다는 것 만으로도 이분이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아오셨을까 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고..그러니 입다물고 하시는 말씀을 경청해 보려고 했는데요
이 분이 이 책을 쓰신 이유가 프롤로그에 나오는데 이것 좀 아닌다 싶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이책을 쓰는 이유는 가정을 위해 일을 포기하고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할때 생길 수 있는 결과를 경고하기 위함이다. 첫번째 목적은 그러한 선택의 장기적 위험성(해석하면,남편의 죽음이나 이혼을 말하는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여 줌으로써, 일을 관두려는 여성들에게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두번째는 직업을 계속 유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여러 혜택과 재정적 자치권을 알리는 것이다(해석하면, 주부들의 상태를 경제적 무능으로 단정짓고 그것을 죄라고 하고, 일하지 않는 아내는 남편에게 붙어사는 기생충과 같다고 하는 것)
이런 논리로 말하자면 '남자에게 가정은 무엇인가'라는 책도 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여자들이 일과 가정 중 일을 포기함으로써 치뤄야 하는 대가가 큰 만큼, 남자들이 일과 가정 중 가정을 포기하고
일에만 매달리다 노후에 치뤄야 하는 대가는 어디 작은가요?
남편의 외도 및 이혼, 갑작스런 죽음을 대비해서 주부들도 경제적인 자립을 이뤄야 한다든가,
돈을 벌어야 남편에게 당당할 수 있다거나 하는 것은 뉴욕 타임즈에서까지 일하셨던 분이
여성들에게 일을 하도록 독려하는 근거치고는 좀 빈약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대신 아래 2가지의 근거, 즉 아내가 일을 하게 됨으로써 이뤄낸 가사분담 및 가정 내 평등은 가족 모두를 성장하게 할 수 있다는 점과
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가 불만이라면 일터에 남아 여성의 목소리를 내라는 점에 대해서는 100% 수긍이 되었고
이것이야말로 앞으로 우리가 이뤄내야 하는 과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학 교수 스캇 콜트레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성은 돈벌고 여성은 살림하면 서로 역할이 분명하니 편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동등한 결혼생활을 해야 남편과 아내 모두 행복해요. 대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서로 타협점을 찾지 못할때는 갈등이 깊어질 수 있어요 서로 양보하지 않아 다투기도 하고 때로는 한쪽이 마지못해 따라주기도 하겠죠.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여성이 그러면 남성은 잔소리로 여기고 귀찮아해요. 하지만 요구하지 않으면, 그 모든 것을 혼자서 해야 해요.
물론 처음에는 의견 충돌이 있겠죠. 하지만 차츰 해결방안을 찾기 시작할 거에요. 그런 과정 속에서 두 사람 모두 좀 더 성장하는 겁니다. 아이들 역시 부모를 보며 협상하는 법과 평등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죠"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장벽을 극복하고 회사에서 어느 정도 자리에 오른 여성은 집에 아내를 둔 남성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들 중 상당수가 뒤늦게 임신을 해서 결국 모성애를 이유로 일을 그만 둡니다. 열심히 일에 매진해서 중간간부까지 갔다가 최고위직을 앞에 둔 시점에서 후퇴해 버리는 꼴이죠. 이사회까지 진출한 소수의 여성은 남성의 삶을 살아왔어요. 독신이거나 자녀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설사 있더라도 하나 정도이구요.
현실이 이러하니 최고위직 사람들이 가정과 일을 병행하는 고통을 알리가 없어요. 그때문에 사회적으로 변화가 뒤따르지 못하죠. 조직의 변화를 요구하지않고 그냥 물러나 버리면, 여성은 언제나 양자택일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직장에 머무는 남자 동료들은 변화를 요구하지 않으니까요. 그들에겐 모든 것을 해주는 아내가 집에 있죠. 진정한변화를 원한다면 직장에 남아 남성과 동등한 요구를 하면서 '직업 뿐만 아니라 아이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말해야 해요
그래도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가정적인' 남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고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도
본인이 잘 알고 있는 듯 해서 다행입니다만,
제가 참으로 미안하고 제 스스로를 비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두번째 근거, 즉 조직에 남아서 나의 여자 후배들을 위해
여성들이 가정과 일을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지 못하고
나만 일과 가정의 병행을 편하게 해보겠다고 뛰어 나온 점이에요..
아직도 일터에 남아 여성의 목소리를 내고 계시는 나의 여자 선배님들이 계십니다.
그 분들이 본인의 성공도 성공이지만 조직에 더 많은 여자들이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서지 않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개선에도 더 많이 신경써주시기를 바라며...
나도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여자들이 직장맘과 전업맘으로 나뉘어 갈등하지 않는 사회가 되는데
일조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해 봅니다.